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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부터 부산 여행을 계획할 때 크게 어디 가야 한다는 계획이 없었다. 단지 먹을 것만 딱 정해둔 상태. 돼지국밥, 철판요리, 그리고 밀면과 물떡. 누군가 부산 와서 뭐 하냐고 했을 때 '그냥 먹으러 가는데?'라고 대답했었는데 그게 진짜 사실이었다. 계획이 전~~혀 없었다.
토요일에 부산 사는 친구 우키가 일요일에 일정 없으면 같이 밀면 먹자고 해서 오키 했다. 그 김에 부산역까지 태워준대서 완전 땡큐라 콜 했다. 우키랑 다롱이 디두는 대학 시절에 만난 적이 있었다. 책 만드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때 우키가 포토그래퍼로 참여했었다. 그때 미팅한 이후로 디두랑 우키는 진짜 처음이었고, 다롱이는 이후에 몇번 만난 적이 있다.
해운대 동백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해서 가 있었는데 암만 기다려도 애가 보이질 않아서 뭔가 했더니 동백 주차장이 여러군데라고 ㅋㅋㅋㅋㅋ 엉뚱한 데서 기다렸던 우리는 곧 우키와 합류해 춘하추동 밀면으로 향했다.
춘하추동 밀면
밀면은 디두의 픽이었다. 밀면이 너무 먹고 싶다고 그랬고, 마침 해운대 춘하추동에 두어번 같이 갔었던 기억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우키도 춘하추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냉큼 오케이 했다.
춘하추동 밀면에는 경사로가 있어서 해운대에 갈 때마다 찾는 곳이다. 겨울이라 밀면 먹으면 좀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온면을 팔았다. 우키 디두 다롱이는 밀면을 시키고, 나는 늙은 속을 달래려고 온면을 시켰다. 그리고 만두도 한판 시켰는데, 헉... 식전에 먹는 만두가 너무 야들야들하고 맛있었다. 배가 고파서 그랬나?... 암튼 평소 때보다 훨씬 맛있어서 깜짝 놀랐...!
그리고 온면도 따끈한게 참 맛있었다. 서빙하시는 직원분이 온면은 밀면보다 맛이 덜하다고 하셨는데 내 입에는 밀면보다 온면이 훨 나았다. 다롱이도 내 국물을 한 숟갈 해보더니 온면이 더 맛있다며, 온면에 자꾸만 손을 뻗었다. 평소에도 0.6-7인분 밖에 못먹는 나라서, 결국 먹다가 남겼더니 다롱이가 호로록 했다. 온면 시키기 잘했지?ㅎㅎ
왕가탕후루
아점 했으니 소화도 시킬 겸 해변 쪽으로 향하다가, 탕후루를 발견했다. 나는 평소에 탕후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실은 관심이 없는 것 이상으로 비호감이었다. 안그래도 단 과일에 왜 설탕을 녹여 발라 먹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탕후루집 근처는 깨진 설탕 코팅으로 바닥이 끈적거리고 꼬치가 굴러다닌다는데, 좋게 보기 힘들지 않은가?!
하지만 여행에선 역시 모든 부분에서 관대해 지는 법. 지나가는데 탕후루 맛이 궁금해서 "야, 저거 먹어 볼래?" 했더니 다들 좋다고 했다. 꼬치 하나에 딸기 네개 꽃혀 있었는데 하나만 사서 한입씩 하기로.
옆에 탕후루집이 여러개라 맞는지 모르겠다만 암튼 왕가탕후루라는 데서 먹었다. 왕가탕후루가 젤 유명하지 않나? 근데 오리지널인진 모르겠다.
암튼 사서 한입씩 했는데 입에서 두꺼운 설탕 코팅이 부서지며 날카롭게 입안을 찔러댔다 ㅠ_ㅠ 내 입엔 좀 커서 먹기가 힘들었고... 아니 애초에 딸기가 달달한데 설탕을 왜 묻히는 거야! 엔딩이었다. ㅋㅋㅋ 역시 예상대로...
사진은 진짜 인스타용 사진이네.
해운대 바다
날씨가 정말 끝내줬다. 20도까지 올라가는 12월 날씨라니. 하얀 반팔 니트 티셔츠에 얇은 가디건 입고 갔었는데 가디건도 입었다가 벗었다가 했다. 해운대 중간까지 만들어둔 데크를 따라 가서 사진도 찍었다. 여기 멀리 캠으로 찍어주는 사진도 있었는데... 화질 구지여서 흠.
요 사진들은 캠으로 찍은 건 아니고 우키가 찍어줬다. 이게 아무래도 구도상 훨 나은 느낌. 가다 서다 구경하다 사진 찍고 또 가다 서다... 하다가 기차 탈 시간까지 훨씬 남아서 해리단길이나 가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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